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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1, 2024
이만재(조진웅)는 절박한 사연을 가진 중년 남성이다. 파산 직전에 몰린 그는 곧 태어날 자녀를 위해 돈이 절실하다. 우연히 발을 들인 불법 장기매매 현장에서 명의를 빌려주는 ‘바지 사장’ 일을 제안받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를 수락한다. 이후 7년간 성공적인 기업 대표로 이름을 떨쳤지만, 하루아침에 1,000억 원 횡령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사망 처리’된 뒤 중국의 사설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감옥에 갇힌 만재는 정치 컨설턴트 심 여사(김희애)로부터 흥미로운 제안을 받는다. 사라진 1,000억 원의 행방을 찾아내면 그를 구해주겠다는 것이다. 제안을 받아들인 만재는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 때문에 아버지를 잃었다고 믿는 희주(이수경)와 마주한다. 돈의 행방을 밝혀야 자신의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고, 희주 또한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는 공통된 목표는 두 사람을 임시 동맹으로 묶는다. 이들은 거대 경제 범죄 사건의 중심으로 뛰어들며 숨 막히는 진실 추적을 시작한다.
<데드맨>은 <괴물>의 공동 각본을 맡았던 하준원 작가의 연출 데뷔작으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감독은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 ‘이름’이라는 소재를 깊이 탐구한다. 이름에 걸맞은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 자신의 이름을 더럽히는 사람, 이름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사람 등 각기 다른 형태로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며, 인간사의 복잡성과 불가해함을 조망한다.
또한 이 작품은 단순히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데 그치지 않고, 검은돈을 둘러싼 치열한 추격전과 심리전으로 긴박한 범죄극의 요소를 성공적으로 결합한다. 이를 통해 영화는 깊이 있는 주제와 긴장감 넘치는 서사 사이의 균형을 시도한다.
영화는 만재와 희주가 팀을 이뤄 사건의 진실에 점점 다가가는 과정을 박진감 넘치는 액션 신으로 표현한다. 특히 심 여사의 파트는 김희애의 강렬한 독백 장면들로 채워져 반전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김희애는 등장만으로도 화면을 압도하며, 그녀의 연기가 영화의 무게감을 더욱 끌어올린다.
그러나 영화는 과도한 설명식 전개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 만재가 누명을 쓰게 된 과정, 횡령 사건의 전말, 진범의 정체가 드러나는 중요한 순간들이 긴 대사나 뉴스 기사로 요약되며, 서사적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이러한 설명 방식은 등장인물의 내면을 드러낼 수 있는 장면을 축소시키며, 배우들의 연기 폭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바지 사장의 세계를 다루는 데 있어 세밀한 취재력이 돋보이지만, 그 묘사가 설득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점도 아쉽다. 현실적인 디테일을 담아내려 했으나, 이를 보다 깊이 탐구해 보여주지 못한 채 서사적 여백을 남기고 만 것이다.
이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데드맨>은 관객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이름에 걸맞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며, 단순한 범죄 스릴러 이상의 성찰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만재와 희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또는 잃어버린 이름을 되찾기 위해 인간이 얼마나 절박해질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러한 질문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관객의 마음에 남아있을 것이다.
<데드맨>은 치밀하게 구축된 세계관과 흥미로운 주제를 바탕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그러나 과잉 설명과 서사적 여백으로 인해 몰입감이 다소 약화된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본질과 ‘이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통해 독창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데드맨>은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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